[카테고리:] 변호사 찾기

변호사를 고르고 비교하고 계약할 때 확인해야 할 점을 당사자의 경험으로 정리합니다.

  • 정리를 마친 뒤, 전문가에게는 이것만 묻습니다

    사건을 정리하고 증거를 모으고 나면 이제 사람을 만나야 합니다. 그런데 이때부터는 말을 아껴야 합니다. 말을 많이 하면 상담 시간이 끝나고, 정작 물어야 할 것은 묻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제가 이제는 이 순서로 준비합니다.

    1. 정리한 내용을 세 칸으로 나눕니다.

    첫 칸은 나에게 유리한 것, 둘째 칸은 상대방에게 불리한 것, 셋째 칸은 나에게 불리한 것입니다. 각 칸마다 근거가 되는 자료(카톡, 문자, 계약서, 녹음, 통장 내역)를 옆에 적습니다. 자료가 없는 항목은 “자료 없음”이라고 적습니다. 자료가 없다는 사실도 중요한 정보입니다.

    2. 세 칸을 보고 핵심 쟁점을 찾습니다.

    양쪽이 다르게 말하는 지점이 쟁점입니다. 예를 들어 돈을 주었는지 아닌지, 약속이 있었는지 없었는지, 기한 안에 했는지 아닌지 같은 것입니다. 사건에는 쟁점이 여러 개처럼 보여도, 결과를 좌우하는 것은 보통 한두 개입니다. 저는 정리한 표에서 “이것이 인정되면 결과가 달라지는가”를 기준으로 쟁점을 한두 개로 좁힙니다.

    3. 쟁점을 그 분야의 전문 변호사에게 묻습니다.

    쟁점을 정하는 것은 제 역할이 아니라 전문가의 판단입니다. 그리고 이 질문은 아무에게나 할 수 없습니다. 검색해서 나온 곳에 전화하면 변호사가 아니라 사무장이나 상담 직원이 먼저 받는 경우가 많았고, 그분들은 “괜찮을 겁니다” 같은 위로를 해 주었습니다. 위로는 고마웠지만 제 사건의 쟁점에 대한 답은 아니었습니다. 저는 쟁점은 그 사건을 실제로 다루는 해당 분야의 전문 변호사 본인에게 직접 물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찾은 쟁점이 맞는지를 묻는 사람입니다. 그래서 상담에는 세 칸으로 정리한 한 장 요약과 질문 몇 개만 들고 갑니다. 사건의 처음부터 끝까지를 다시 이야기하지 않습니다.

    제가 준비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제가 찾은 쟁점이 이 사건의 핵심이 맞는지
    • 이 쟁점에서 제 자료가 충분한지, 더 필요한 자료가 무엇인지
    • 지금 가장 먼저 해야 할 절차가 무엇인지
    • 예상되는 기간과 비용은 어느 정도인지
    • 이 사건을 실제로 맡아서 진행하는 분이 누구인지

    마지막 질문은 “변호사 찾기” 메뉴에서 따로 이야기하겠습니다.

    4. 상담은 한 곳만 가지 않습니다.

    변호사도 실수할 수 있고, 처음에 한 말과 다르게 진행될 수도 있습니다. 한 곳의 말만 믿고 진행하면 그때는 제가 두 번째 피해를 입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여러 곳에서 같은 질문을 하고 답을 비교합니다. 쟁점을 어떻게 보는지, 무엇을 먼저 하라고 하는지가 서로 어떻게 다른지를 적어 둡니다. 그리고 상담에서 들은 약속은 말로만 두지 않고 계약서에 담당 변호사와 업무 범위로 적어 달라고 요청합니다. 변호사와의 분쟁에 대비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받아 본 위임계약서는 로펌 쪽에서 만든 표준 양식이었고, 의뢰인에게 불리하게 읽힐 수 있는 조항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서명하기 전에 업무 범위, 담당 변호사, 비용과 환불, 계약 해지 조건을 항목별로 확인하고, 이해되지 않는 부분은 서명 전에 바꿀 수 있는지 묻습니다.

    녹음기부터 마련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저는 상담과 통화처럼 제가 직접 참여하는 대화만 기록으로 남겨 두고, 녹음한 내용은 이 블로그에 공개하지 않습니다. 정신이 없을 때는 상담 중에 들은 말을 상담이 끝나면 거의 기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녹음해 두었다가 상담이 끝난 뒤에 조용히 다시 듣고 정리합니다. 정리할 때는 이 변호사가 어디에 중점을 두고 상담했는지, 무엇은 말하지 않았는지를 따로 적습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 사건을 어떤 관점으로 봤는지도 적습니다. 같은 사건인데 변호사마다 쟁점을 다르게 보는 경우가 있었습니다. 여러 곳을 다녀온 뒤에는 이 기록을 나란히 놓고 비교합니다. 그중 한 분을 선택하더라도 다른 곳에서 들은 조언은 버리지 않고 보관합니다. 상담 당시에는 흘려들었던 말도 사건이 진행되면서 나중에 이해되는 경우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는 알아듣지 못했던 법률 용어나 해결 방법도, 재판이 진행되는 중에 녹음과 정리해 둔 기록을 다시 읽어 보면 해결의 실마리가 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상담 기록을 사건이 끝날 때까지 보관합니다. 기록이 있으면 나중에 “그런 말은 한 적 없다”며 서로 얼굴을 붉힐 일도 감정 없이 깔끔하게 정리할 수 있습니다.

    5. 말을 아끼는 이유

    상담은 시간이 정해져 있습니다. 감정이 앞서면 이야기가 길어지고, 전문가는 그 긴 이야기에서 쟁점을 다시 찾아야 합니다. 제가 먼저 정리해 가면 같은 시간에 더 정확한 답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위로를 받는 시간과 쟁점을 묻는 시간은 나누어서 쓰는 편이 좋았습니다.

    오늘 딱 한 가지만 하신다면, 녹음기부터 마련하십시오.

    ※ 이 글은 법률 자문이 아니라 변호사가 아닌 당사자의 경험 공유입니다. 중요한 결정 전에는 전문가와 법원의 공식 안내를 확인해 주세요.